휴전선을 건너온 피난민
북한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을 위한 난민촌이 만들어졌다. 피난민들은 차에 태워져 난민촌으로 보내졌다. 차를 타고 도로를 지나는 동안 북한사람들은 우뚝우뚝 솟은 빌딩과 오가는 자동차들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야! 저기 높이 솟아있는 건물 좀 보라! 남조선에는 거지들이 우글거린다고 했는데 이게 어케 된거야? 거지들은 다 어디로 간거야?” 철민이 놀라서 물었다.
“넌! 남조선 영화도 보지 않았어? 난 이미 남조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거지가 우글거리는 것이 아니란 것은 짐작하고 있었어…” 영식이 그렇게 말하자
“기럼 넌 이런 남조선을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거야?”
“어케 아무렇지 않아 솔직히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발전되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닐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야…”
영식도 놀란 듯 얼버무리며 말을 맺었다.
“그 동안 우리는 조선에서 속고 살아왔구나…”
마치 자신에게 말하듯 몇 번이고 되뇌이는 철민의 독백이 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 틈에 흩어져 갔다. 영식도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적막함이 못견디겠는지 철민이 “앞으로 우리도 여기 남조선 사람들처럼 살 수 있는 거겠지…” 어린아이처럼 꿈에 부풀어 말했다. 그러는 동안 그들을 태운 버스가 난민촌에 도착했다.
난민촌에는 이미 먼저 와 있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지금 내리신 분들은 8번 텐트로 가시면 됩니다.”
노란 조끼를 입고 있는 사람이 확성기를 손에 들고 외쳤다.
그 사람을 따라가다가 철민과 영식은 깜짝 놀랐다. 노란조끼를 입은 사람들 중에 코가 높고 눈동자가 새파란 미제국주의자로 보이는 사람이 서 있었다. 순간 가슴이 쿵쾅거렸다.
“야! 설마 저자가 우리를 죽이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나 그들은 철민과 피난민들의 겁먹은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며 일에 열중했다.
“여기가 8번 텐트 입니다. 당분간 20명이 이곳에 함께 살 것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긴장감이 풀어졌는지 배가 몹시 고팠다.
“배가 고픈데 먹을 것이 없습니까?”
“아! 식사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식사시간이 되면 방송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식사시간이 되었다는 방송이 들려왔고 영식과 철민도 사람들을 따라서 갔다. 밥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늦게 온 사람이 먼저 밥을 먹으려고 새치기를 하자 몸싸움이 일어났고, 이것을 제지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영식과 철민은 비록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힘들긴 했어도 오랜만에 하얀 이밥(쌀밥)을 보니 정말 행복했다. 하얀 밥이 가득 담긴 식판을 받아서 자리를 찾아 앉자마자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잠자리를 펴는데 서로 좋은 자리 차지하겠다며 또 싸움이 일어났다.
이러한 일상 속에서 며칠 지나는 동안 떠나온 고향이 그리워졌다.
“영식아! 우리 언제나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며칠 지나고 나니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나도 고향에 가고 싶다. 언제까지 이런 천막에 우리를 가둬 놓을지 모르겠다. 남조선으로 내려올 때 이렇게 생활하려고 온 것은 아닌데 말야…”
영식이도 못마땅한 듯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할머니가 영식과 철민이를 보시며 “옛날에도 이런 일이 있었디”라고 말씀하셨다.
“이런 일이 있었다구요?”
“그렇대두 내래 그 얘길 젊은이들에게 할 테니 들어보기요.”
“이스라엘 사람들은 400년 동안 애굽에서 노예로 살았었디…이들이 너무 고통스러워하니까 하나님께서 모세를 부르셔서 이스라엘 민족에게 약속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데려갈 지도자로 세웠어… 애굽의 바로왕이 이스라엘 민족을 놓아주려고 하지 않자 하나님은 열가지 재앙을 내리셔서 이스라엘을 놓아서 보내게 하셨어…”
“잠깐만요! 기럼 할머니도 예수 믿는 성도였습니까?”
눈이 휘둥그레진 영식이 놀라 물었다.
“젊은이도… 하나님을?”
“그렇습니다. 할머니 내래 예수 믿는 지하성도입니다.
야~ 정말 반갑습니다.”
영식이와 할머니는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였다.
“뭐야! 기럼~~ 너도 예수~예수쟁이였단말야?”
영식이 예수를 믿었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듯 철민이 놀라서 물었다.
“그래 사실은 내래 우리 공화국에서 예수를 믿는 지하성도였어… 그러나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어… 그래서 많이 답답했었어…” 영식은 철민에게 자신이 예수믿는 성도임을 말하지 못했던 것에 힘들었음을 고백하였다.
“내래 하던 이야기는 끝을 내야할테니 들어보기요.”라며 할머니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나안으로 가기 위해서는 넓은 홍해 바다를 건너야했는데 뒤에서는 애굽의 왕 바로의 군대가 뒤쫓아 오는 다급한 상황에서, 모세가 기도하자 하나님은 들고 있던 지팡이를 홍해를 향해 내밀라고 하셨지, 그 말씀에 순종하여 모세가 지팡이를 홍해를 향해 내밀었을 때 바닷물이 갈라졌어… 그래 이스라엘의 모든 사람들이 물을 건넜는데, 애굽의 군대가 이들을 뒤쫓아 바다로 들어왔지… 그러나 하나님은 갈라졌던 바닷물이 합쳐지게 하셨고 애굽의 모든 군대와 말과 병거들이 모두 홍해바다의 물속에 빠져 죽고 말았어…
하나님이 그렇게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놀라운 기적을 베풀며 홍해를 건너게 하셨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계속해서 모세를 향해 먹을 것을 달라고 불평을 했어… 그러자 하나님이 하늘에서 만나를 내리게 하셔서 먹게 하셨고, 또 고기를 먹을 수 없으니 애굽에서 먹던 고기 가마가 생각난다며 애굽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불평을 했어, 이때에도 하나님은 메추라기를 먹을 수 있게 하셨고, 목이 마르다고 불평하면 광야에서 물을 마시게 하셨어…”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영식과 철민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며칠이 되지 않아 주일이 다가왔다. 할머니는 자기를 따라오라고 말씀하셨다. 아무 할 일 없이 지내며 무료하던 터라 영식과 철민은 할머니를 따라 나섰다.
“어서 오세요!” 건물에 들어서니 사람들 몇 명이 환하게 웃으며 할머니와 영식, 철민과 함께한 피난민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여러 분들이 오신다고 하여 정말 기쁜 맘으로 드실 음식들을 준비했으니 마음껏 드세요.”라고 하셨다. 그 분들의 안내를 받아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난생처음 보는 음식들이 상 위에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사람들은 맛있는 불고기와 잡채 그리고 온갖 반찬들과 떡, 과일 등을 맛있게 먹었다.
음식을 먹고 나자 “이제부터 여러분들에게 교회에서 준비한 선물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교회 성도들은 그 동안 여러분들이 오실 것을 알고 기도하면서 선물을 마련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오셨으니 그 준비한 선물을 여러분들에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친절하게 말을 한 후에 큰 박스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박스에는 ‘통일선물’이라는 글씨가 스티커로 붙여져 있었다. 가족이 온 사람들은 가족의 숫자대로 준비한 박스를 주었다. 박스를 받아서 열어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야~ 이 잠바 좀 보라! 이렇게 좋은 잠바는 난생처음 보는거야… 여기 장갑에 양말.. 야 츄리닝 좀 보라!!” 여기저기에서 선물을 하나씩 확인하는 사람들마다 감탄하는 소리들로 넘쳐났다. 통일선물 박스에는 어른과 아이의 겨울잠바가 각각 1개씩, 봄과 가을에 입는 내복이 각각 1벌, 겨울과 여름 바지, 츄리닝, 티셔츠, 스웨터, 가볍고 얇은 이불, 수건, 양말, 장갑, 칫솔, 치약, 비누, 화장지, 학용품, 성경과 찬송가 등 정말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필요한 생필품 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우리가 아는 교회는 미제국주의자들의 앞잡이가 되어 사람들을 죽이는데 앞장서는 천인공노할 사람들로 알았는데… 이렇게 우리에게 사랑으로 먹을 것을 대접해 주시고, 따뜻한 사랑으로 우리를 품어주시고, 힘을 다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물품들이 담긴 통일선물을 마련해 놓으셨습니다.” 철민이는 감격하여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고백하였다.
그 때 누군가 말을 했다.
“이보시라요! 내래 조선민주주의공화국에서 당과 수령님께 충성을 다했던 군인이었댔시오. 기런대 배고픔으로 가족들이 죽어 나자빠지는 것을 보고 동생을 살리겠다고 강을 건너 남조선으로 여러분들 보다 먼저 왔습니다. 이 교회는 저와 같이 공화국에서 온 탈북자들이 여러 명 있습니다. 정말 잘 오셨습니다. 지금부터 우리 함께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하는 여자의 웃는 얼굴에서 환하게 빛이 났다.
“예배~ 예배를 드린다구 아~ 내래 그동안 얼마나 자유롭게 기도하고 찬양하며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싶었는데… 이거이 정말 꿈은 아니겠지…”
영식은 예배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내가 이렇게 자유롭게 예배할 수 있다니… 목사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니…”
사람들과 함께 예배하는 영식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래, 교회에서 예배하는 것이야 말로 할머니가 우리들에게 홍해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말씀하셨던 약속의 땅이구나~!“
이렇게 말하는 영식과 기뻐하는 철민이를 할머니는 잔잔한 미
소를 띠고 토닥이며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인게야~ 하나님의 사랑이지…”라고 말씀하셨다.
피난민이 발생할 상황을 하나님께 아뢰며
기도해야겠습니다.
이미 전체가 난민촌이 되어버린 북한에 급변 시 하나님의 선하심을 따라 인도함을 받도록
한국교회가 재난 시에 피난민을 맞을 영적, 물리적 준비가 되도록
북한붕괴가 복음으로 통일되는 축복의 기회가 되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