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북한성도들이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또한 사역을 하는 일꾼들이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종종 듣기도 한다. 이러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북한의 감옥은 어떠할까?’, ‘그 안에 갇힌 성도들에게 가해지는 고문은 얼마나 모질고 끔찍할까?’를 생각한다. 그러한 상황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돌덩이처럼 무거워지고 아파온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렇게 고정되어 있는 우리의 눈을 돌려 다른 부분을 봐야 함을 말씀하시면서 한 사람을 소개하신다. 북한에 현존하는 욥과 같은 성도를 만방에 자랑하고 싶다고 하시면서, 의인된 그 한 사람을 인하여서 그 땅을 멸할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 그 성도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어둑해질 때 숨어들었던 산 속은 앞을 분간할 수 없이 캄캄했다. 거기다 강을 건너야 하는 스무살 처녀 한나(가명)는 장대비에 옷이 젖은 데다 세찬 바람까지 몰아쳐 온 몸이 추위에 오그라들었다. 혼자 있으니 무서워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출발 전에 암송했던 말씀이 떠올랐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찌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시편 23편을 소리 내어 암송하는데 무서움은 온데간데없고 찬송이 흘러나왔다.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나는 이 길을 가리라
좁은 문 좁은 길 나의 십자가지고
나의 가는 이 길 끝에서 나는 주님을 보리라
영광의 내 주님 나를 맞아 주시리~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나는 일어나 달려가리라~
주의 영광 온 땅 덮을 때 나는 일어나 노래하리~
내 사모하는 주님~ 온 세상 구주시라~
내 사모하는 주님 영광의 왕이시라~
한나는 온 밤을 찬양을 부르고 또 불렀다. 그렇게 찬양을 부르노라니 지나간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예수를 믿는 아버지와 어머니
갈길 몰라 헤매일 때 나를 찾아오신 주~
내마음이 무너지고 내 몸지쳐 쓰러질 때
무거운 짐 대신지고 길 동무가 되신 주~
염려마라~ 염려마라 내가 너와 함께 하리~
어머니가 좋아하신 찬양이다. 뜨개질을 하시는 어머니가 흥얼흥얼 부르시던 찬양소리를 늘 들었던 한나의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불러졌다. 아버지와 함께 중국에 가서 예수를 믿게 된 어머니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오셨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한 시간씩 기도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셨으며 무슨 일이든지 기도하고 하셨다. 처음 중국에 갔다 와서 “한나야, 이 세상의 우주만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는가? 하나님이 우주만물을 만드셨고 사람도 하나님이 만드셨다. 짐승이 사람으로 되었다면 왜 지금은 사람이 되는 원숭이가 없겠는가? 그러니까 처음부터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셨다. 너도 그 하나님을 믿어라!”고 하시면서 성경책을 주셨다. 한나는 창세기에 나와 있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와 출애굽기의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나와 홍해를 건너가는 내용을 읽으며 눈이 반짝였다. “어머니, 조선의 아동만화에 나오는 이야기와 너무나 비슷합니다.”라고 하자 어머니는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중국에서 가져온 예수영화와 대단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예배당에서 기도하며 이겨내는 영화를 한나에게 보여주셨다. 영화를 보던 한나가 “어머니, 나도 저런데 가서 예배를 한 번만 드려봤으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하자 “그럼, 너도 중국에 가서 공부(성경공부)하고 오라!”고 말씀하셨다.
2008년 10월, 중국에 건너와 성경을 공부하는 한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말씀은 요한복음 3장 16절이었다. 높고 높은 하나님께서 죄인 된 인간을 위하여 독생자이신 아들 예수를 이 땅에 보내주셔서 우리의 모든 죄를 구속해 주신 그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생각할수록 감동스러웠다.
한 달이 지났을 때 조선에서 아버지가 보위부에 끌려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아버지가 전도했던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예수 믿는 것이 발각되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밝혀졌다. 어머니는 사람을 시켜 한나에게 지금 조선에 돌아오면 위험하니까 기별할 때까지 중국에 머물고 있으라고 전해왔다.
한나는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였다. 아버지의 모습이 꿈에 자주 보였는데 이상한 것은 매를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언제나 환하게 웃고 계셨다.
한나는 조선에 혼자 남겨진 어머니와 감옥에 있는 아버지가 걱정되어 빨리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한 달 지난 11월, 한나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길을 나섰다. 차가운 날씨가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가는 길을 보호하시고 지켜달라고 기도하며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었다. 손발이 꽁꽁 얼어붙는 추위에 강을 건너는데 성공한 한나는 새벽이 되어 집에 도착했다. 문고리를 붙잡고 흔드는데 어머니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문을 열고 나오셨다.
아버지의 순교
예수 사랑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세~
우리들은 약하나 예수권세 많도다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성경에 써 있네~~
꿈결에 어머니가 부르는 찬양소리가 한나의 귓가에 아득히 들려왔다. 추운 날씨에 몇 시간을 걸어오느라 지친 한나는 어머니가 끓여주는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먹고 곤히 잠이 들었다. 잠결에도 어머니가 속삭이듯 부르는 찬양소리가 잔잔한 물결처럼 들려왔다. ‘아~ 얼마만인가…’ 어머니 곁에 누워 들려오는 찬양소리를 듣는 것이 사무치게 그리웠던 한나는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누워 있었다.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난 한나는 어머니가 차려 주신 밥상 앞에 앉았다. 밥을 뜨려다 말고 “어머니, 날씨가 지내(아주) 추운데 아버지는 어떻게 되는가?”라고 물었다.
“아버지는 걱정하지 말라! 너네 아버지는 아주 따뜻한 곳으로 가셨으니 걱정하지 말라!” 평안도 억양으로 대답하셨다.
“어머니, 기럼 아버지가 석방되었다고 알려줘야지 내 얼마나 걱정한지 아는가?”
“아버지는 여기 없고 하나님 품에 안겨 있으니 춥지 않을거야…”
한나는 들고 있던 수저를 떨어뜨렸다.
“어머니! 그거이 무슨 말입니까? 기럼 아버지가 죽었다는 말입니까?”
“그래, 아버지가 감옥에서 끝까지 예수님을 부인하지도 않고, 예수를 전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한마디 말도 하지 않으셨단다. 그래서 더욱 모진 고문을 받다가 하나님 품에 안긴거야…”
어머니는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어머니, 어머니는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아버지가 죽었다고 하는가? 어머니는 노래가 나오는가?” 한나는 눈물이 났다.
“아버지가 얼마나 하나님을 잘 믿었는가? 그런데 왜 하나님은 그런 아버지를 앗아가는가?”
한나는 울면서 떼를 쓰듯 어머니에게 따져 물었다.
“너네 아버지는 하나님께 진짜 받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야, 아버지가 고통도 없고 눈물도 없는 하나님 아버지 품에 안겨서 예수님과 함께 있는 것을 너는 왜 모르나? 하나님 품에 있는 너네 아버지도 축복이고, 그런 아버지가 자랑스러운 너와 나도 하나님의 축복이니까 찬양할 수 있는거이 아닌가?”
어느 덧 한나가 지난 일들을 생각하는 동안 날이 환하게 밝아 왔다.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도 잦아들었다. 그런 한나의 입에서 찬양이 흘러나왔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와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아버지가 즐겨 부르셨던 찬양이었다. 한기가 온 몸에 엄습해 오자 꾸려온 짐 속을 뒤져 비닐에 싸인 겨울 옷을 꺼내 입었다.
“하나님! 그때는 제가 참 어린아이 같았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하나님께서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셔서 우리 죄를 사해주신 그 사랑이 너무 커서 그 하나님을 생각만 해도 좋습니다.” 이렇게 고백하는 한나의 얼굴에 눈물이 빗물과 범벅이 되어 흘러 내렸다.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 사랑합니다 아주 많이요!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 사랑합니다 그것뿐예요
사랑한다 아들아 내가 너를 잘 아노라!
사랑한다 내 딸아 네게 축복 더 하노라!
“예수님! 저는 정말 주님이 좋습니다. 그저 내가 주님을 너무 좋아하고 나는 하나님을 아는데, 그래서 하나님께 가고픈데 하나님이 이런 내 마음을 몰라줄까봐, 이따금 나를 외면하지 않으실까생각할 때 제일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내가 걸음걸음 죄 지을 때 넌 안되겠다 하실까봐, 내 죄를 회개합니다. 저는 주님이 좋은데…”
한나는 모기들이 ‘앵~앵~’하며 달려드는 숲 속에 혼자 앉아 하염없이 주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였다. 밤새 내린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 물살이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주님을 향한 사랑을 찬양하는 동안 다시 어두운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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